DREAM/PSYCHO-PASS

[조각글]3-2. 테라카와 치토세

EnRyu 2022. 2. 22. 01:07

 


"못살아 정말."

 결국 트랜스포터를 박차고 뛰어나간 이리에와 토도로키의 뒷모습을 보며 키사라기는 고개를 내저었다. 

"대기라고 했으니 기다리면 될 걸, 뭐가 그렇게 급해서..."
"저, 정말 괜찮을까요... 시모츠키 과장님이 한소리 할 텐데..."
"뛰쳐나간 건 저 둘이고, 혼이야 그 도련님이랑 외국인이 대신 나겠지.. 어쩔 수 없네."

명령을 어긴 것은 아니니 히나카와나 키사라기가 직접 경질당할 일은 없었다. 키사라기가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하고 좌석에 등을 기댄 순간이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닫히려던 트랜스포터 문이 벌컥 열렸다. 열린 문 틈 사이로 가로등을 등진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 뭐야, 프레쨩이 귀찮은 일 생기지 않게 하래서 와봤더니, 벌써 두 명은 나갔어? 발도 빨라."

정장 위에 암청색 항공점퍼를 껴입은 여자였다.  텅 빈 트랜스포터 좌석 두 개를 본 여자가 경박하게 휘파람을 불더니 한 손에서 신분증을 꺼내 흔들었다. 특수처리된 홀로그램 신분증 위로 '테라카와 치토세' 라는 이름이 흘러갔다. 

갑작스러운 침입자에 놀란 히나카와가 엉거주춤 일어섰다가 신분증에 흐르는 이름을 확인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외무성 행동과입니다~."
"행동과? 당신 누구야?"

문 앞을 떡하니 막고 선 데다가 건들거리기까지 하는 여자의 행동에 키사라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히나카와가 여자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었다. 

"테라카와씨...."
"뭐야, 아는 사람?"
"조금.."
"오랜만이야, 히나카와. 당신 혈색이 점점 나빠진다? 약은 적당히 먹으라고 카라노모리가 얘기 안 하디?"
"주, 줄였는데..."

절절매는 히나카와와, 그를 놀려먹는 테라카와를 번갈아 쳐다보던 키사라기가 결국 참지 못하고 히나카와의 손등을 찰싹 때렸다. 

"사람 사이에 두고 뭐 하는거야?"
"죄, 죄송..."
"히나카와는 정말 놀려먹는 재미가 쏠쏠하단 말이지... 행동과는 다들 놀려보려고 해도 잘만 받아쳐서 재미가 없던데."

테라카와가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신분증을 접에 품에 집어넣었다. 히나카와가 테라카와의 부담스러운 시선을 애써 피했다. 

 

"저 사람 뭐야, 히나카와?"
"테, 테라카와 치토세... 전 2계 집행관이에요...'그 사람'이랑 연은 없지만...다른 쪽이랑은 좀.."
"사사가와 체포때문에 출동했는데, 이번 신입 감시관들은 생긴거랑 다르게 되게 천방지축인가봐? 특히 그 외국인 쪽은 되게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하게 생겼던데."

두 사람이 자신을 두고 쑥덕이던 말던, 테라카와가 반쯤 닫혀가고 있던 트랜스포터 문을 다시 한 번 활짝 열었다.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다. 

"뭐, 사사가와라면 우리 텟쨩이랑 프레쨩이 잡으러 갔을테고, 먼저 나간 멍멍이들 두 명은.... 코가미랑 기노자한테 얻어터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 같은데... 원래는 여기서 작전 방해 못 하게 막고 있는게 내 일이었는데, 어차피 둘이나 도망갔고, 이렇게 된 거 그냥 둘 다 데리고 가는게 낫겠다."

"당신을 뭘 믿고 따라가라는거야?"

 

키사라기가 날선 반응을 보였다. 아무리 히나카와가 아는 사람이라고는 해도, '행동과' 라는 듣도보도 못 한 기관 소속이라는 사람의 말만 믿고 따라나설수는 없었다. 키사라기가 가지고 있던 도미네이터를 이 수상한 수사관을 향해 겨누었다. 히나카와가 당황해서 손을 뻗었지만 키사라기가 잽싸게 몸을 트는 바람에 헛손질만 할 뿐이었다.  정작 겨눠진 테라카와는 침착하다못해 태연하기 짝이 없었다. 

 

-에러, 외무성 행동과 특별수사관입니다. 범죄계수 측정에 허가가 필요합니다-

"뭐?"

"도미네이터가 먹혀도 소용 없을텐데...."

 

테라카와가 입고 있던 항공점퍼의 품을 열어보였다. 겨드랑이 밑에 걸린 권총 홀스터를 본 두 사람이 숨을 짧게 들이켰다. 품고 있는 살벌한 물건과는 다르게 테라카와의 만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겨누는 건 좋지만 개보다는 실탄이 훨씬 빠를 거 아냐. 잘 생각해. 그냥 순순히 행동과가 뭘 하는지 견학이나 하러 가자고."

 

테라카와가 밤하늘에 흰 구름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비행기를 쭉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마치 거리를 재는 듯 한참 뜸을 들이더니, 그녀가 말 잘 듣는 집행관 두 명을 향해 히죽 웃었다.

 

"슬슬 우리 텟쨩이 잘 하고 있는지도 걱정되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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